2006 Art-in-residence program
전 시 명 _ The super
작 가 _ 김병권
전시기간_ 2006_ 12.9~30
-전시내용
작가들의 저녁 식사
작가들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 작가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그려도 시장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작가들은, 저작권료는커녕 작품을
누군가가 보아주기만을 열렬히 기대하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관객들의 시선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지역의 열악한 시스템 속에서 주린
배만 불렸던 작가들에게 <오픈스페이스 배>(이하 <배>)의 항해는 작가들에게 신선한 활력으로 다가온다.
모든 부분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최소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젊고 싱싱한 작가들의 열정을 일정부분 채워준 것은 분명하다. 단기
레지던시 작가로 선정된 김병권은 <배>에 3개월 간 살면서 느낀 체험들을 이번 전시에 쏟아낸다. 그가 오랜 굶주림 끝에
만난 풍성한 저녁식사는 그의 이전 작업에 비해서 어느 정도 진전해 있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은 비평의 직무유기일까?
<배> 단기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된 작가 김병권의 작업은 이전에 비해 형식과 내용 모두에 있어서 안정감을 보여준다.
김병권은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인용하면서 예수를 비롯한 예수의 제자들의 자리를 <배>에 거주하는
작가들로 대치한다. 허기로 배불렀던 작가에게 <배>에서의 삶은 언제나 만찬이었고 즐거움이 아닐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김병권은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인용하지만 엄밀하게 말해 그것이 가진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김병권에게 정작 중요한 요소는 ‘최후’와 ‘만찬’이었을 뿐 <최후의 만찬>의 이미지와 구도는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된다.
패러디가 원전을 비판적으로 극복하거나 조롱하는 형태라면 김병권은 그와 무관하게 오로지 <배>에 거주하는 작가들에게
올리는 헌사를 할 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김병권은 오로지 누군가를 예찬하기 위해서만 작업을 하지 않는다. 영상을 통해서 작가들의 즐거운 식사자리를 마련하는 한편,
‘최후’와 ‘만찬’이 지닌 또 다른 의미망을 사진작업을 통해 생성한다. 그것은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이다. 예수의 자리에
‘100달러 지폐’를 배치하거나 ‘건담’,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 소프트 로고’ 따위의 시대의 아이콘을 내세운다. 자본주의
시대의 가치와 척도로 제시되는 이러한 아이콘들은 막강한 위력으로 우리 삶을 폭력적으로 장악해버리고 만다. 이 지점에서 패러디의
위력을 발휘하지만, 사실 이 패러디의 힘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이러한 형식의 비판은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그 만큼 힘이
반감되는 것이다. 어차피 이것이 패러디의 운명이 아니겠는가. 그의 찬사와 비판이 조금씩 더 흥겹고 바짝 날이 서기를 기다려야 할
듯하다. 일단 밥은 먹고 시작하자. <김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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