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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별자리들
지은이 김미정 | 정가 24,000원 | 쪽수 496쪽 | 출판일 2019년 5월 1일
삶예술은 생명정치의 시대에 상응하는 듯 보이고, 포스트 대의제는 민주주의에의 열망, 우파 포퓰리즘 모두가 혼재되는 현장인 듯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관계는 일방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인간(예술)은 늘 주어진 세계에 구속되어 있지만 동시에 그 조건을 극복하고 세계를 다시 구축하는 존재다. 우리 시대에는 불안정함, 취약함이 사람들의 상례화된 조건이지만 거기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모이고 항의할 조건을 발견하듯, 그리고 생명정치의 조건을 재전유하여 삶예술로 전환시키는 현장들이 그러하듯, 요컨대 주어진 조건에 구속되면서 한편으로 그것을 재조정, 극복하는 존재가 인간, 예술이다. “움직이는 별자리”는 바로 그러한 인간, 그러한 예술을 위해 예비한 말이다.
『움직이는 별자리들』 간략한 소개
이 책은 정동, 페미니즘, 공통장의 문제의식을 통해 한국문학사의 여러 장면들을 읽어가며 근대적 개인의 신화를 질문에 부치고, 포스트 개인(post individual)의 사유를 전개한다. 이 사유는 오늘날 테크놀로지의 조건과 인간을 말할 때 유용하다. 이 책은 거기에서 나아가, 본래 인간이 취약한 존재라는 사실과, 오늘날 인간을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시대적 조건을 연결시킨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거기에서 발견되는 연결·연대의 조건들이자, 모든 존재에 깃들어 있을 잠재성에 대한 믿음이다. 이 책에서 정동적 모먼트로 언급되는 2014년 세월호, 2016~17년 촛불, 2016년 강남역 이후는 모두, 주어진 조건들을 사람들 스스로 전유하고 다른 것으로 만들어가는 장면들이다. 이 책이 문학을 통해 사유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우리 안의 잠재성, 사건의 계기들이다.
『움직이는 별자리들』 상세한 소개
‘움직이는 별자리들’이라는 제목
지은이 소개
김미정 2004년 문학동네 신인평론상을 받으며 평론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창비에서 발행하는 <문학3>을 함께 만들며, 광운대, 숭실대, 서울예대 등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과 배움을 주고받고 있다. 제도 밖 장소에서 다양한 삶을 사는 이들과 고민을 나누고 공부하며 『민중이 사라진 시대의 문학』(2006)을 공저했고, 여러 연구자와 함께 『민주주의, 증언, 인문학』(2018),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2018)을 썼다. 한편, 도쿄에서 수학하고 생활한 경험의 연장선상에서 『살게 해줘! 프레카리아트, 21세기 불안정한 청춘의 노동』(2011, 2017)을 한국어로 옮긴 이래로, 『전후라는 이데올로기』(2013), 『정동의 힘』(2016), 『군도의 역사사회학』(2017)을 번역했다. 인간, 테크놀로지, 만들어갈 공통장에 대한 관심 속에서 현재 정동 관련 저작을 옮기고 있다.
책 속에서 : 잠재성, 운동, 사건, 삶으로서의 문학
페미니즘과 정동의 사유는 내게 근대적 ‘개인’의 신화를 질문하게 했고, 인간이 근본적으로 취약한(vulnerable) 존재라는 사실에까지 도달하게 했다. 더구나 오늘날 시대의 조건은 그런 인간을 더욱 취약하게 몰고 간다. 사람들은 시대의 불안정함과 취약함 속에서 서로 빈번하게 상처를 주고받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결정적일 때 다시 서로를 돌보고 연결하고 관계를 구성한다. ― 서문, 16쪽
처음 글을 익혀 일기를 쓰고 시를 쓰는 순천할매, 칠곡할매의 글쓰기를 괄호 치고 문학을 생각할 수 있을까. 글쓰기와 문학에의 열망을 노인이 되어 수줍게 실현하는 작은 모임의 딜레탕트들을 괄호 치고 문학을 말할 수 있을까. 우리를 미학적으로 감화, 훈련시킨 재현예술의 산물과 그 인류적 유산 못지않게, 그것에 미달/초과하는 무수한 쓰기와 예술의 현장 역시 나란한 사건들로 기억되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 움직이는 별자리들, 46쪽
문학장을 향해 직접 자신을 발화하고 욕망을 주장하기 원하는 새로운 독자들은, 문학의 여러 제도나 관념과 교섭하기 원할 것이며 실제로 문학의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문학의 양식, 범주, 관념에는 재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우리끼리의’ 이야기로 축소하면서 지킬 것은 무엇일까. 발밑의 동요를 듣지 않고 ‘정치적 올바름’ 혹은 ‘자율성’ 등의 논의에 매여서 기존의 미학적 언술을 반복해서 주고받는 사이, 문학은 전문독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미 달라져 있을지 모른다. ― 흔들리는 재현·대의의 시간, 80쪽
벤치의 온기를 기억하는 그녀들은 언젠가 어딘가에서 만나 ‘같이’ 존재하고, 행동하고,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반드시 물리적 마주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불안정함’, ‘허약함’은 오히려 결정적일 때 그녀들을 만나게 할 것이다. 이때 ‘그녀’들은 ‘정체성’으로서의 여성, 소녀, 사회적 약자만은 아니다. ‘그녀’들은 우리가 잇고 만들어가야 할 무언가/누군가이기도 한 것이다. ― 벤치와 소녀들, 196쪽
살아있는 인간이 세상 모든 만물과 어떻게든 연결되어 존재하는 이상, 인간이 누구인지, 무엇인지 묻는 것은 어쩌면 부차적이다. … 그 본질을 질문하고 정의내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 무엇이 될 수 있을지인 것이다. … 그러므로 필요한 것은 어쩌면, 문명사적으로 더는 잘 작동하지 않는 맹목적 희망과 선에의 의지보다, 놓여 있는 세계 속에서 어떻게 배치를 바꾸며, 어떤 신체를 이룰 것인지를 사유하는 것인지 모른다. 『소년이 온다』에서 궁극적으로 의미를 찾고 싶은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 소년은 왜 ‘꽃 핀 쪽’으로 가라고 말하는가, 273쪽
독자의 손, 눈 등의 신체는, 책이라는 물질성과 활자(活字) 너머의 신체들과 접촉한다. 그리고 그 활력과 마주친 독자의 신체는 다시 제3, 제4의 또 다른 활력으로 이행한다. 정서는 어떤 상태에 고착되어 있지 않다. 고착된 것은 그 정서의 ‘관념’뿐이다. 정서는 늘 유동하고 이행하고 있다. 이 기쁨의 정동은 위의 인용들에서 저자가 말한 “연대의 쾌락”과 연결될 뿐 아니라, 실제로 글을 쓰고 읽는 저자와 독자의 눈, 손, 감각, 감정 등 신체들의 관계 속에서 작용하는 힘인 것이다. ― 현장-신체-정동, 다른 미적 체험의 가능성을 묻는다, 325쪽
이문열이 훗날 “내가 번역된 내 책을 그 나라의 서점 판매대에서 살 수 있는 형태로 번역출판하게 된” 때에 대해 감상적으로 회고하는 것은, 곧 ‘이문열’을 탄생시킨 당시 한국문학장의 소회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것이 또한 세계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문학에 내재되었던 운명이자 1990년대가 되어서야 뒤늦게 이곳에 도래한 사건이었음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 「황제를 위하여」와 Pour l’empereur! 사이, 401쪽
확실히 ‘우리’라는 주어는 1990년대 초 현실사회주의의 몰락과 소위 포스트(post) 접두어가 붙는 시대를 맞으면서, 과거 ‘좋았던 시절’의 주어로 이야기되어 왔다. 그리고 그때까지 억압된 측면이 있던 ‘나’를 구출해내기. 말하자면 이것이 1990년대 한국문학이 골몰한 바의 하나이고, 배수아 소설이 출발한 지점의 한 곳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 길, 우연성, 편지, 487쪽
『움직이는 별자리들』에 대한 정치철학자 조정환의 유튜브 동영상
http://bit.ly/2GTlgTB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정동의 힘』(이토 마모루 지음, 김미정 옮김, 갈무리, 2016) 포스트포디즘적 산업구조와 글로벌화의 진행 과정에서 이렇듯 다양한 특이성을 띤 미조직 노동주체들이 존재한다. 이 새로운 집합적인 주체는 종래의 사회시스템의 구조적 틀로는 포섭되지 않는, 제도적 틀을 넘어서 존재하는 사회적 주체이다. 그들은 네그리와 하트가 다중이라고 부른 특이한 사회적 주체와 겹쳐볼 수 있는 존재이다. 지금 이들이 새로운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의 조건 속에서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그들의 정동, 감정, 의견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민중이 사라진 시대의 문학』(조정환·김미정 외 지음, 갈무리, 2006) 오늘날 민중의 소멸이 근대문학의 종언, 근대문학의 불가능성을 가져오는 것은 자연스럽고 또 필연적이다. 그러나 이것이 문학의 종언으로 될 것인가? 지난 20년간의 문학의 진화에 대한 『민중이 사라진 시대의 문학』의 검토는 우리로 하여금, 문학이 다중의 생성 및 진화의 흐름에 합류하여 그것의 정신적 힘을 표현하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는 한에서, 근대문학의 종언은 오히려 문학 진화의 새로운 계기로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도록 만든다.
『대피소의 문학』(김대성 지음, 갈무리, 2019) “비평가의 마지막 세대 혹은 새 비평 정신의 첫 세대”로 평가받는 문학평론가 김대성의 두 번째 비평집. 저자는 언제라도, 무엇이라도, 누구라도 무너지고 쓰러질 수 있는 이 세계에서 절실한 것은 미래나 희망이 아니라 오늘을 지켜줄 수 있는 대피소라고 주장한다. 대피소에선 사소하고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것이 사람을 살리고 구한다. 한 잔의 물, 한마디의 말, 몸을 덮어줄 한 장의 담요, 각자가 품고 있는 이야기 한 토막, 소중했던 기억 한 자락. 대피소에 당도한 이들은 그제야 마음 놓고 몸을 벌벌 떨 수 있다.
『여자떼 공포, 젠더 어펙트』(권명아 지음, 갈무리, 2019) 정동과 페미니즘, 페미니즘과 젠더 정치의 정동 효과들에 대한 이론적 연구이자, 온 힘을 다해 무언가 ‘다른 삶’을 만들어보기 위해 부대낀 날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페미니즘과 젠더 어펙트에 대한 이론적 탐색과 실천적 개입은 하나의 몸과 다른 하나의 몸이 부대껴 만들어내는 힘.마찰.갈등에서부터, 개별 존재의 몸과 사회, 정치의 몸들이 만나 부대끼는 여러 지점들까지, 그리고 이런 현존하는 갈등 너머를 지향하는 ‘대안 공동체’에서도 발생하는 ‘꼬뮌의 질병’을 관통하면서 진행된다.
『문학의 역사(들)』(전성욱 지음, 갈무리, 2017) 이 비평집은 근래에 나온 한국 소설들을 집중적으로 독해함으로써, 문학의 그 질적인 변화에서 역사적 전환의 기미를 포착하고 있다. 비평집의 제목과 목차의 체제는 고다르의 <영화의 역사(들)>을 차용하고 변형하였다. 영화가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있을 때, 그는 이 영화의 제작에 착수했다. 그에게 영화의 쇠퇴는 단지 한 예술 장르의 퇴락이 아니라, 개인이 세계와 맺는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하거나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저자는 소설의 쇠락을 목도하며 고다르의 역사적 사색을 떠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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