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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류 2010
참여작가 2010. 2. 27~3. 27
전시정보 작가와의 대화: 2010. 2. 27 (토) 5 pm
 
"Local to Local lll"-유쾌한 간극 2. 27~3. 27 (2010 Local to Local lll-"Play in thel Gap" Feb. 27, 2010 - Mar.27. 2010


로컬 투 로컬 lll "유쾌한 간극"
2010. 2. 27~3. 27
오픈: 2010. 2. 27 (토) 4pm
작가와의 대화: 2010. 2. 27 (토)  5 pm
관람시간: 11am~7pm
매주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Local to Local the 3rd-"Play in the Gap"
Feb. 27, 2010 - Mar.20. 2010
Opening: 2010. Feb. 27 (sat)  at 4 pm
Artist talk 2010. Feb. 27 (sat)  at 5 pm
Visiting hour: 11am to 7pm
Closed on every Monday






展 - 서문


유 쾌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진솔한 이야기


대전 엑스포 과학 공원, KAIST, 꿈돌이동산, 한밭, 정부종합청사...

가만 보니 열정적인 느낌의 부산보다 무미건조한 느낌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다.

왠지 모르게 정적인 도시랄까? 이러한 편견을 뒤집고 재미있고 기발한 가운데 진지한 유머를 구사하는 예술들이 대전 출신 작가들에게서 특히 엿볼 수 있다는 것은 혹시 알고 계신 지. 하기야. 같은 아파트, 심지어 같은 층에 사는 이웃들도 모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데 뭐. 원시안적인 시선에서 눈을 돌려 근시안적 시야로 우리의 이웃을 둘러보면, 어떤 또 다른 것들이 보일까?


전은‘대안공간 오픈스페이스 배’가 주최하는 연례행사 전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문화예술 교류 프로젝트 - 그 세 번째 전시이다. 대전에 기반을 두고 전국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부산에 소개하며 대전과 부산을 문화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소통을 시도하고자 한다. 나아가 두 지역의 문화와 예술 코드를 읽고 비교하고 고찰해보는 행위를 통해 지역 간의 지역적, 문화적 간극을 좁혀 폭넓은 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간 이 문화예술 교류 기획전에는 2008년 1월에 전의 첫 문을 열은 오윤석, 홍상식 작가에 이어 2009년에는 윤지선, 이강욱, 이인희, 홍원석 등의 젊은 작가들이 참여하였다. 그리고 2010년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지도에서 모티브를 따와 회화의 한 형식으로 승화한‘지도시리즈’로 잘 알려진 권영성 작가와 얇은 검은 테이프를 가지고 캔버스와 벽을 역동적인 시공간이 초월하는 곳으로 탈바꿈시키는 전윤정 작가, 그리고 2008년 부산 비엔날레에서 그림자 설치작품‘그 림자- 나는 지금 ( ) 없다’를 선보였던 허구영 작가가 초대되어 작가들의 전작과 신작들을 부산에서 소개한다.


근 래 들어 개념미술과 키치, 대중친화적이면서 상업성을 동시에 띄고 있는 현대미술이 하나의 흐름을 타고 있는 반면, 즐거운 요소를 지니면서도 진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깊이 있고 노력과 고민한 모습이 담긴 진정성 있는 미술을 찾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좀 더 자극적이고 강한 요소가 담겨져 있거나, 아니면 아예 풍자적 아이템이 깃든 미술에 시각적 환호를 보내다 보니, 진중하면서도 담백한 미술은 약간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래서 우리는 충분히 유머러스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고, 동시에 독자적인 구성법을 가지고 작가적으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으면서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대전 출신 작가들을 통해 지역미술에 대한 시각을 넓히고자 한다. 그러나 미술의 대중화, 세계화가 자리 잡은 이 시점에서 또 다시 무리한 지역긋기를 하는 것 보다는, 미술의 보편성을 인지하면서 지방, 중앙, 해외 등으로 구태연 하게 나누기를 지속적으로 하는 행동을 반성하고, 작가의 작업이 지닌 개성을 존중함으로 '대전'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한계성을 뛰어 넘고자 한다.


이 러한 사유들에서 출발한 2010년 <유쾌한 간극>전은, 지역 간 문화적 간극을 좁히고 작가들에게 내재된 각양각색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간극을 작품을 통해 유쾌하게 살펴보는 데 그 의미가 있다. 간극, 그것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서로 다른 것을 이해하는 과정 중 발견된 벌어진 틈일 수도 있으며, 때론 그저 작은 미세한 차이일 수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간극이라는 단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그 깊은, 혹은 미세하나마 벌어진 틈, 바로 그 사이를 주시하면서 치열한 작업적 고민을 바탕으로 기량 있는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권영성, 전윤정, 허구영 작가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며 더 크게 보고 멀리 나가보고자 한다. 이들의 작업들이 바로 시각적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충분히 개념적일 수 있고, 일상적이고 평범한 요소들을 가지고도 충분히 우리의 마음을 기분 좋게 자극하며, 모던하지만 감성이 풍부한, 오락적인 현대미술에 진실성을 덧입힌 유쾌한 현대미술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이 름 그대로 배밭으로 둘러싸인 한적하면서도 오픈된 공간에 위치하고 있는 '오픈스페이스 배'에서 벌어지는 진솔한 현대미술! 세 작가의 작품이 지닌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물성이 얽혀져 그들의 삶과 예술에 대한 열정의 지표가 펼쳐진다.

자, 이제 그 유쾌한 소동의 장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 김민정, 안나경

Exhibition Preface


Honest Talk in the Playful Space


Daejeon Expo Park, KAIST, Kumdori Land, Hanbat Village, Gov't Complex ...

Glancing at it, it's true that Daejeon is more dryness than Busan, whereas Busan seems to be a more passionate city. For what reason, Daejeon gives an impression of a quiet city! Beyond this prejudice, did you know that the  artists born or working in Daejeon have a good command of deep and earnest humor among the amusing and brilliant ideas? In fact, we cannot be bothered to know of our neighbors, so it's hard to pay attention to the other city. This is our reality these days. What would we get if we take a look around our local neighbors from a different angle?


The exhibition is the third exhibition of the annual event taken place in Openspace Bae, proceeding to connect local to local as a culture and art interchanging project. We are attempting to communicate and connect Daejeon and Busan's culture by introducing artists that have vigorous and active work all over the country with the base in Daejeon. Futhermore, we are trying to propose the wider discourse and tighten the local, cultural gap between the locals by reading, comparing and contemplating the two local's culture and art code.


Through this culture-art interchanging exhibition , artist Oh Yun-seok, Hong Sang-sik participated in 2008, artist Yoon Ji-sun, Lee Kang-wook, Lee In-hee, Hong Won-seok in 2009. And its third story in the year 2010, we would like to invite artist Kwon Young-sung, well-known as his work 'Map series', which shows a sublimation of painting with the motif 'Map', artist Chun Yun-jung, who changes the canvas and walls into dynamic ones that transcend time and space by using thin black tape, and artist Heo Ku-young, who showed his shadow installation 'Shadow- I'm not (  ) here' at 2008 Busan Biennale. The exhibition is to introduce a combination of these artist's former works and new works in Busan.


In these days, the list of conceptual art, kitsch, public-friendly as well as commercial potential, such characteristics of contemporary art go along the current trends, whereas finding some profoundity with some fun element melt in art appears to be difficult. The public gives visual affirmation and acclamation for such art to be more provocative, full of impact, far more sarcastic.  Which remains simply a prejudice against the fact that containing seriousness or plain taste to art is a little boring. For these abovementioned reasons, our aim is to broaden the perspective of regional art through Daejeon-born artists, whose artworks attempt to put a humorous side but never too light in terms of the themes, based on developing a unique technique with notions of artistic originality and aesthetic individuality, while improving public awareness of their artworks. However, rather than pushing ahead with an idea of 'regional-division' at the era of generalization and globalization of art, we reflect upon an obsolete way of thinking on categorizing into regional, local, international art, on the basis of acknowledging a rapid growth of an exclusive generalization of art. Through respecting the individuality of the artist, this exhibition is to transcend the limitation arose from the word 'Daejeon', but to focus on the work of art itself.


Starting from such reasons, the exhibition 'Play in the Gap' holds a value of narrowing a cultural gap between regions, and put significance on determining the particular gap based on the various characteristics found in the heart of each artist with an interesting eye. A gap, it could be simply understood as a gap itself which was found in the process of understanding the differences, or it could be just a vague border. in this exhibition, we try to acknowledge the meaning of 'gap' in a positive way. Our ultimate intention is to look forward the optimistic aspect of art reality by introducing artist Kwon Young-sung, Chun Yun-jung, Heo Ku-young 's work of art, who have been fiercely working on the foundation of observing the ambiguity and the differences. We believe that their works define the art of delight that pursues visual amusement while conducting full of concept, and imparts a good impression with ordinary subjects, and being modern, yet full of sensibility.


A full and frank discussion of contemporary art is now about to reveal in an alternative space so-called 'Openspace Bae'! The three artists' frank confession through the wide variety of artworks call for a barometer reflecting passion for life and art.


So, if you are ready, let's get into the place where a cheerful riot arises!





展 - 권영성



지도는 지구 표면의 일부나 전부를 축소해서 평면에 나타낸 것이기 때문에 지표상에 있는 모든 정보를 담을 수 없어 중요도에 따라 기호화된다. 시각적으로 우리가 접하게 되는 최종적인 것은 간결한 형식이지만, 사실 복잡한 구조가 축약되고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권영성, 그 역시 이러한 지도처럼 얽혀있는 유기적인 정보들을 단순화, 시각화, 이미지화해가며 이를 간결하고 명료한 외부 표면에 함축시키려 한다.


하지만 권영성의 기호적 이미지에 담겨있는 정보란 흔히 우리가 지도에서 보는 보편적이고 거대한, 그리고 목적성이 뚜렷한 것은 아니다. 지극히 작가 주관적이며 사적인 서사이다. 특정 사물과 관련된 작가의 경험과 성향이 반영된 그만의 언어 코드로써 새롭게 써진 지도이다. 지도에서처럼 필수불가결한 요소만을 선별하여 기호화하지만 그것들의 선정 기준은 순전히 작가의 몫이다. 때로는 <파리채반도>에서와 같이 감정적인 개입마저 허용한다. 누구의 집에나 하나씩 가지고 있었던 파리채는 그로 인해 하나의 지도로 재탄생한다. 격자무늬의 구조는 도로가 되고 파리를 잡을 때의 느낌은 시, 도명으로 승격한다. <피자반도>에서는 피자 위에 얹어진 올리브, 옥수수, 완두콩 토핑들의 반복적인 형태들이 지도의 반복되는 병원, 학교, 주유소와 같은 특정 건물 기호들을 대신한다. 언어와 예술의 기호가 사물을 해석하는 그만의 시선을 은밀히 표출한다.


고도로 응집된 언어-예술적 기호로 사물을 읽는 재미를 주어 주목을 받던 그가 이번 신작 <색채인체해부도>에서는 정보의 서사보다는 시각적 구조를 드러내는데 그 중요도의 무게를 옮겨 실었다. 주제나 소재에 있어 아이디어적인 혹은 개념적인 부분보다는 회화의 조형적 요소의 미적 쾌감, 황홀함을 더 즐기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발언이다. 그가 심취해 있는 조형적 기교는 바로 복잡함이 내포된 간결한 외부 표면이다. 회화적 구조 자체에 시각적으로 매료된 그가 지도에서 해부도로 전향하며 아이디어적인 부분보다는 미술의 기본적 요소들에 초점을 맞추어, 해부도라는 모티브를 단순히 구조적인 형식으로 집중하여 그만의 구조로 재해석시켰다. 기존 지도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적인 구조와 당연하고 식상하게 다가올 수 있는 도(圖)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보편이 아닌 특수한 지도를 탄생시킨다.


머리, 척추, 손, 발의 뼈 골격은 특수한 문양처럼 간결화 되고, 혈관과 근육은 체계적으로 정렬되고 분류되는 대신에 분출하는듯한 에너지를 내뿜으며 화려한 모양새로 나타난다. 먼발치에서는 기능하기 위해 간결하게 체계화된 그림 같아 보이지만 한 발짝 다가서면 오히려 다양한 인체의 기호들로 혼란스러움이 가중된다. 지도 시리즈에서보다 시각적 착란 현상을 더 즐기며 본래의 정보를 해체하고 물질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여 해부도를 완성한다.  


과학의 도시라 일컬어지는 대전, 그리고 그 중 연구단지에서 자라온 환경, 남자아이였던 그 역시 어렸을 적 가지고 놀던 로봇, 커서도 한동안 놓지 못했던 프라모델, 이러한 요소들의 무의식적 혼합이‘분석’하고‘분류’하는 예술이 기능하게 만들었으며 지도와 해부도란 모티브가 매체에 농염하게 녹아들게 만들었다. 얽혀있는 요소들을 시각적으로 간결하게 분석, 분류하여 유기적인 요소들이 내포, 함축된 구조. 이것에서 보이는 간결함과 담겨있는 복잡함 사이의 간극은 짜릿하다. 차용된 모티브와 그의 작업간의 간극 또한 흥미롭다. 실생활에 쓰이는 지도와 해부도에서 볼 수 있는 합목적성이 그의 지도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그는 그런 착란 현상으로 인한 집중을 유도하며 그만의 시각적 언어를 펼쳐 보여준다.  ■ 김민정


Great Candle/불 켜진 양초, 종이에 잉크/30×13cm/ 2006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처럼(as if 17c Dutch Still Life) /접시 위에 유성마커, 오브제 /각 지름 40cm/  2009

展 - 허구영


쉽게 지나칠 수 있을 법한 작은 메모지, 갖가지 상자들과 책, 커피색으로 바란 종이, 초, 담배향 어린 나무식탁, 그리고 그 주변을 감도는 작가의 흐릿하면서도 묘한 미소가 절묘하게 뒤섞인 소담한 작품들.

일상적이고 사적인 소재로 시작되는 허구영 작가의 작품은 기억된 이미지와 중첩되는 현재, 추억과 향수가 어우러지며 때로는 상처를 봉합하고 때로는 상쇄하며 현실의 나를 견고하게 다져가는 모습이 녹아 있다. 사는 동안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순간들이 주었던 자극을 분쇄하고, 해체하고, 채우고, 재생시키는 끊임없는 일련의 수련이자 정화 과정을 거치며 의식의 변모를 보여준다.

작가는 긴박하고 가빠르게 진행되는 현대사회 속에서 존재의 위치를 잃지 않고 꾸준한 성찰과 반영을 토대로 하여 지금 현재 서 있는 지표를 재구성한다. 이를테면, 지나온 것과 거쳐 가는 것에서 발생하는 마찰과 거기서 얻어진 현실 속의 생채기, 중첩되는 이야기, 그리고 이어지거나 혹은 새로이 추가되는 그 모든 것들을 정적이고 시적인 상태로 만들어 감성적이면서 예민하고, 작위적이지 않으면서 담담한 미소와 여운을 남긴다.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작가만의 시공간이 응축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들은 만져도 때 묻지 않고, 아니, 때타도 그럭저럭 어우러지는 듯 하는 묘한 아우라를 만들어 간극을 메운다. 꼼꼼하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작가의 태도가 반영된 까닭이다. 이렇듯 현실에 대한 자각으로 이어지는 기억에 관한 관찰은 작가에게 요동치는 즐거움을 선물하고, 이는 다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인위적인 꾸밈보다 담백한 유머가 깃든 그의 작품을 계속해서 가까이 하고 싶어 하도록 한다.


#1 작품과 작가 사이의 공간

본 전시에서 허구영 작가는 콜라주, 설치, 회화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주름진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기억들을 바탕으로 나름의 구조적 탈피를 꾀하며 작가와 작품 사이의 공간을 표현한다. 그려진 줄이 이미지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시각적인 입체화를 시도하며 벽에 파스텔과 흑연으로 재현된‘Double Shadow' 는 기억의 중첩이 빚어낸 또 하나의 공간을 창조한다. 관객들은 이 작품 앞에서, 또는 안에서 작품과 함께하며 조명에 의해 드리워진 본인의 그림자 위에 겹쳐진 자아를 별견하게 된다. 중첩된 자아는 복제되고, 타인과 나 그리고 작가가 겹치며 내 생각과 타인의 생각, 작가의 생각이 포개진다. 그렇게 작가의 그것(내면)과 관객의 모습(타인의 혼재)이 섞이고 부딪히며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된다.


#2 시간과 공간 사이의 간극

공간은 추억을 만들고, 시간은 추억이 만나게 한다. 특정한 공간에서 발생한 기억은 의미를 생성하고, 부지불식간에 삶에 대한 태도와 방식에 밀접한 연관성을 맺는다. 거기에 ‘그 때(the moment)' 라고 하는 시간적 설정이 특정한 공간에 가미되면 상징성은 증폭하기 마련이다. 아버지가 사용했던 나무옷걸이와 옷솔에 대한 향수어린 웃음이 합판 위에 물감과 옷걸이와 옷솔의 질감이 그대로 어우러지며 함께 녹아있는‘Double Coat Hanger' 와 'Double Clothes Brush' . 작가의 어린 시절 장난감이었던 옷솔과 옷걸이는 십 수 년이 지난 지금 작가의 또 다른 놀이의 객체이자 주체가 되어 작품에 등장한다. 잡고 잡히지 않는 여운의 간극과 그리움의 부재는 다시 현실을 직시하고 과거로부터 얻어진 현실 속의 생채기를 극복하는 데 타협점을 찾게 한다. 그리고 다시 상이한 공간에서 진열되는 이 감정은 이따금씩 멈추었다가도 불현듯 움직이는 과정을 반복하는 작가의 기억 속에서 발췌되어 현시점에서 새롭게 재생산된다.


#3 기억과 망각 사이의 틈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것은 사실 무엇인가를, 혹은 누군가를 초대를 한다는 것이다. 공간을 꾸미고, 선보이고, 그리고 초대된 누군가와 함께 즐긴다는 것에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컨테이너로 지어진 전시장 안의 또 다른 전시장 속 공간에 자리 잡고 관객들을 초대하는 작품에서는 유성마커와 오브제를 이용하여 표현된 진짜 과일과 그려진 과일을 가지고 기억과 망각 사이의 틈을 비좁고 들어간다. 시각적 충돌이 재현하는 인식한 사실과 객관적 실재, 그리고 기억이 빚어낸 있을 법한 착각을 혼동하는 것은 기실, 비일비재하다. 진짜라고 믿고 싶은 것과 아닌 것 사이의 부재와 혼재를 함께 묶어내는 방식으로 시각화하여 작업한 것이 바로‘As If 17C Dutch Still Life’ 이다. 접시 위에 곱게 이상적으로 그려진 사과와 포도, 그리고 그 옆에 나란히 등장하는 수분이 증발하여 박제화 되다시피 한 사과와 포도 몇 알. 이들은 실재하는 진실이지만 과거의 모습과 흔적으로만 남아 앞으로도 더 말라갈, 혹은 사라질지도 모르는 기억의 분쇄를 나타낸다. 또한, 그려진 물체이지만 변화 없이 오롯하게 남아있을 부정할 수 없는 과거의 습작이다. 그렇게 말라져버린 기억, 그러나 그 기억의 잔재는 분명 현재 남아있다.


‘기억’과‘망 각’의 구조에 대해 의심해 보고 곱씹는 행위는 과거의 파편을 동반함과 동시에 새로운 현실을 태동하는데 운동력을 입힌다, 의식적으로나마 관계를 되짚고 따져보며 작품에 반영하는 태도는 작가에게 생명력을 부여하고 또 다른 정체성을 가져와 준다. 이러한 요소들의 부재와 혼재, 그리고 그의 의식 속에서 아련하면서도 짙게 남은 존재들에 대한 회상의 잔재들이 한 데 어우러져 그 공간(gap)에서 퍼지는 화음은 이채롭다.   ■ 안나경





展 - 전윤정


‘가냘픈’선을 통해‘묵직한’형상을 형성하며 강한 울림을 내는 전윤정.

그녀는 연약함과 강함, A와 B, 그 어느 것에 속하지 않기를 원하면서도 그 상반된 설정에서 타협점을 찾기 보다는 공존시키며, 중립보다는 양쪽 모두를 정복하려 한다. 드로잉, 평면 테이핑 회화, 설치를 넘나드는 작업의 흔적(또는 결정체)들은 작가 자신을 점층적으로 드러내며 병치된 여러 갈래에서 다시 하나의 존재를 찾아가려는 과정을 관객들과 함께 한다.


작가의 작업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때때로 형성되는 피상적이고 상투적인 진부함, 그리고 불편한 부대낌에서 비롯되는 이질감을 상쇄시키기 위한 방편이자 은신처의 역할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감성의 표현수단으로 선택된 2mm 검은색 라인테이프는 공간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자 막히고, 단절되고, 헤쳐 나가는 시간의 흐름을 정적이면서도 동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겹겹이 쌓아 올리고 덧붙이고 촘촘하게 감정을 입혀나가며 테이핑 작업이 보다 리드미컬한 운율과 운동성을 띄도록 하였다. 이 과정 속에서 극도로 예민했던 심정은 민첩하게 짜인 테이프라인을 따라 간결하게 흡수된다. 마치 머리를 마구 헝클다가 문득 다시 귀 뒤로 머리를 넘기는 심정의 그 느낌처럼.


따지고 보면 테이프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막거나 감싸거나, 또는 덮고 붙이는 데 쓰이는 물건이다. 그렇게 일종의‘가리거나’또는‘붙이는’행위를 하고난 다음에는‘보이거나’혹은‘떨어지지를’않기를 바란다. 속한 영역에서 감당해야 하는 일들과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빽빽한 테이핑 드로잉을 통하여 얇디얇은 감정은 다양한 생각과 감성을 바탕으로 수도 없이 꿈틀거리고 수정되며 나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알 수 없는 복잡하고 미묘한 찰나와 더불어 시시각각 변모하는 감정이기 때문에 굳이 주도면밀하게 공간을 포화상태로, 내지는 모양새 갖춘 곳으로 테이핑 할 이유는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작가는 재료적 한계를 숨기기보다 노출시키며 적당한 맺고 끊음을 표현한다. 굉장히 의도적이고 계산된 치밀함을 엿보이게 하는 테이핑 작업은 의외로 단조로움을 꾀하는, 다시 말해, 찢고 붙이는 행위를 통해 수많은 의지를 단답형으로 간결하게 함축시켜 전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마치 감추기라도 하는 듯 겹겹이 쌓아올려 두툼한 형상을 만들었다가도 다시 여러 가닥으로 갈라져 퍼지는 테이프라인들은, 당장은 잠시 헝클어져 있지만 이내 펴질 듯도 싶은 작가의 마음이자 의지적 현실이다. 타인과의 유기적 감정 교환을 시도하는 매개체로써 테이프가 이용되는 순간이다.



‘완전한 나’가 즐기고 쉴 수 있는 이상적 공간을 위하여 작가는 펜과 종이에서 2mm 검정 라인 테이프를 가지고 초대받은 이질적인 전시공간을 빼곡하게 쌓아가며 철저히 개인적인 사유지로 만들어나간다. 여기서 현실적 도피를 통한 위안감과 안정감을 얻고자 하는 몸부림이 얇게 찢고 다시 덧붙임 하는 테이프 드로잉 과정을 겪어가며 감정의 탈피를 거치게 된다. 의미 없는 부딪힘을 피하고자 보호막을 치고 그 안에서 감정 표현을 하고 싶었던 작가는 결국 낯선 공간에 침범하여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고, 그렇게 새롭게 구성된 초현실적 공간에서 역설적으로 하모니를 찾기 위한 조율을 시도한다. 설정된 공간에서 나를 드러내고 타인과 섞이는 것, 그 안에서 이상적인 소통을 추구하는 것은 이런 방법으로도 틈(gap)을 줄여나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엉 킴과 끊김의 간극 사이에서 작가는 흰색을 똑똑하게 사용한다. 함께 호흡하고 있는 하얀 공간은 그녀의 작품을 보다 입체적이고 강력하게 살리는 조형적 효과를 부각시켜준다. 흰 바탕에 검은 물체가 아닌, 검은 물체만 오로지 존재하는 듯 해 보이는 환영을 비롯하여,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양면성의 대립구도를 보다 명확히, 적절하게 모자람 없이 버무린다. 시각적 언어의 잔상들이 촘촘하게 검은 테이프로 표현된 가운데 여백이 있고 빛이 드리우며 희망이 보인다. 엉킨 덩어리는 어느새 제법 풀려있고, 풀려 나온 한 올 한 올 나풀거리는 테이프 가닥의 춤사위는 그녀의 작품과 병치되어 새로운 조형물로써 동참하고 있는 관객들의 마음을 유인한다. 이런 방식으로 두 개가 공존하기에는 버거운 극단적인 것들을 한 작업 안에서 같이 표출하기에 이른다.


설 치로 넘어오며 작업은 캔버스나 공간을 압도하는 스케일로 이전보다 더 휘몰아치는 강한 덩어리가 되어 속도를 탄다. 테이프 드로잉이 마무리된 공간은 분명 꽉 차지는 않았음에도 이미지화된 형체가, 길이, 사물이, 그리고 여지가 여실히 드러나 있다. 주변을 감싸 돌며 엉키게 하는 감정들, 그리고 차마 뱉어내고 드러내지 못한 속사정 등이 반사적으로 생성되었다가 해체되는 구조적 갈등이 보다 세심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때때로 작가의 키를 훌쩍 넘는 이 설치작업은, 작가에게는 전신행위를 통해 얻어지는 유쾌한 노동이자 일종의 포상과도 같은 해방감을 선사하고, 반대로 보는 이로 하여금 하나씩 벗겨 가려진 그 내부를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현 실과 현실 밖 사이, 그리고 작가와 타인 사이에서 충돌하고 교차하는 무수한 감정의 굴레에 대한 고민을 작가가 원하는 대로 고안된 새로운 공간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존재적 본능이자 꿈꾸는 갈망이다, 확연한 결말보다는 모든 것이 폭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공존하며 서서히 녹아지는 곳, 그게 바로 작가가 지향하는 유토피아이다.  ■ 안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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