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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류 2009
참여작가 ssada,never,vinci
전시기간 2009.8.30 - 9.19
전시정보 오픈(Live painting) 2009. 8. 30(sun) 7pm
 
Graffiti movement (8/30~9/19, 2009)


참여작가 : ssada,never,vinci.
전시기간 : 2009.8.30 - 9.19.
오픈(Live painting) 2009. 8. 30(sun) 7pm

스프레이 캔과 예술의 확장

거리에서 스프레이 캔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세 젊은이들이 대안공간에서 그래피티 전시를 연다. 거리의 낙서가 전시장에 들어간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경성대에서 열린 대규모 그래피티 기획전 [블록버스터](2007)도 있었고, 부산대 앞 대안문화공간 아지트 안팎에도 그래피티 작업은 늘 이뤄진다. 따라서 이번 전시를 두고 ‘예술의 장 안팎의 경계를 허물고 소통을 시작했다’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할 일은 아니다. 방점은 이 전시를 둘러싼 주체들의 협업 가능성에 있다. 이 전시는 지금 여기 전시장에 그려놓은 그림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주목해 보아야할 것은 미술계의 대안공간과 거리의 대안문화 액티비스트들이 부산이라는 도시의 공공장소에서 만나왔고, 지금 전시장에서 만나면서 미래의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참여작가 3인은 그래피티 씬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다. 미술판에서 한 자연인이 이러저러한 경로를 거쳐 예술생산자로서의 권능을 부여받는 방식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번 전시의 남다른 의미가 떠오른다. 사실 대안공간과 그래피티 아트 씬은 결이 다르다. 이들에게 있어 ‘아티스트라는 특칭’은 애매한 경계 선상의 문제이다. 이들이 작가주의를 경계한다는 것은 예술의 장이 설정한 활동의 범주가 한정적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은 활동의 장으로 예술계를 선택하지 않았다. 거리의 벽에 스프레이 캔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젊은이들을 그림쟁이가 아닌 낙서쟁이로 부른다.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다. 그러나 그 경계 인식이 얼마나 편협한지는 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싸다(SSADA)는 식물의 세포나 줄기와 같이 증식하는 이미지들을 이어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다. 그는 ‘생강이나 미더덕 같아 보이는’ 식물성 이미지들로부터 그로테스크하면서 역동적인 형상을 창출한다. 조소를 전공한 이 아티스트는 유연한 드로잉 감각으로 거대한 몬스터 이미지를 그려낸다. 선묘의 매력을 잘 살린 단색 페인팅 뿐만 아니라 선묘과 면처리 기법을 동시에 구사하기도 한다. 몽실몽실한 식물성 몬스터를 통해서 그는 스프레이 페인팅이 얼마나 순발력있고 감각적인 매체인지를 잘 보여준다.


빈치(VINCI)는 문자도를 그리며 스타일을 추구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다. 문자를 변형해서 독특한 스타일을 만드는 일은 그래피티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곤 한다. 빈치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문자도는 자신의 이름을 로마자로 새긴 것이다. 빈치 스타일은 중심축을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파격의 선으로 화면 전체에 긴장과 변화를 끌어내는 식이다. 그는 문자들의 구도를 맞추고, 시선의 움직임을 따라 완급을 조절하며, 균형을 깨서 파격을 주곤 한다. 그의 문자도는 디자인과 회화의 경계 영역에 있는 존재로서의 그래피티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네버(NEVER)는 다홍색으로 담채 드로잉을 했다. 선적인 요소로 이뤄진 이미지들의 연쇄와 중간중간 이어지는 문자들이 심플한 만화 캐릭터와 같이 한눈에 들어온다. 식물의 넝쿨이 이어지는 좁은 공간의 끝에는 자신의 그림자를 따서 넣고는 붉은 X자를 그었다. 스프레이의 휘발성을 이용해서 뿌린 후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서 불에 그슬린 흔적을 남기는 네버 스타일도 빠지지 않았다. 그의 그림과 글에는 평택, 콜트콜택, 용산, 미디어법 등 2009년의 주요한 정치적 이슈들이 등장한다. 스타일로서의 그래피티를 넘어 스트리트 아트를 실천하는 액티비스트의 면모가 보인다.


그래피티의 장에는 그 나름의 독자적인 장의 논리가 있다. 부산의 그래피티 씬에도 그들의 장을 형성해온 역사가 있다. 이들은 지하철 부산대앞역 아래의 똥다리 구역을 예술공론장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한국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매우 잘 알려진 이 구역은 이미 공공재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시의 참가자들은 똥다리 뿐만 아니라 안창마을 공공미술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꽃마을에서 열린 페스티벌에서도 마을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커뮤니티 기반의 경험을 쌓기도 했다. 오픈스페이스배에서 이들이 전시를 여는 의미는 전시자체의 문맥을 넘어선 네트워킹에 있다. 대안공간 버전의 ‘아트 씬’이 대안문화 영역의 ‘스트리트 아트 씬’과 만난 것이다. 그것은 전시행사를 위한 일회성 만남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예술행동의 약속이다.


종이에 모필로 수묵과 채색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동아시아에서 발달한 회화술이 있다. 페인팅 붓으로 유채나 아크릴을 써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유럽에서 나온 회화술이다. 스프레이 캔을 들고 시멘트벽에 뿌리는 그래피티는 미술계가 구획하는 범주에 붙잡히지 않는다. 그것은 예술인가 아니면 거리의 낙서에 불과한가? 그것은 언필칭 동양화인가 서양화인가? 이들의 드로잉에는 몰골도 있고 구륵도 있다. 백묘화처럼 일필휘지 하는가 하면 판화처럼 찍어내기도 한다. 수묵담채화처럼 안료의 진하고 옅음이 정갈하게 묻어나는가 하면, 진채화의 묵직한 중량감이 배어나는 경우도 있다. 


수천년동안 브러쉬 페인팅이 대세였다면, 이제 스프레이 페인팅도 또 하나의 그림 미디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미술계에서 구획한 회화의 장은 안정적이고 절대적이다. 그에 비해 스트리트 아트 씬에 존재하는 그래피티의 장은 유동적이며 상대적이다. 이들의 미덕은 예술적 소통을 매개하는 방식이 매우 유연하다는 데 있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에게는 정교한 기술과 투철한 정신이 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거리의 벽을 전유하려는 욕망의 경쟁과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하는 공존의 윤리가 있다. 대안공간 전시장에서 그래피티를 만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스프레이 페인팅을 기반으로 하는 스트리트 아트는 이 시대가 공유하고 있는 거대한 문화라는 점을 다시 생각한다.

김준기(미술평론가, www.gimjung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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